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의 합격이 결정된 후로 가장 먼저 해야할 일 2가지가 바로 학생비자 받기, 숙소 구하기입니다. 저는 2월 초에 출국 예정인데, 정말 운이 좋게도 얼마 전 숙소를 구했어요. 취리히에서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들어서 스위스에 입국하는 날까지 숙소를 못 구하는 최악의 상황만 생각했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어떤 방법으로 숙소를 구했는지 자세히 정리해볼게요.
스스로 집을 구해야 한다
숙소를 찾을 때 학교 측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Housing 관련 안내문에서 집 구하는 것은 본인 책임이라고 못 박아뒀어요. (숙소를 학교에서 착착 구해주던 교환학생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취리히에서 숙소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굉장히 막막했습니다.
숙소 종류
숙소 종류는 크게 학생숙소와 아파트 쉐어로 나눌 수 있어요. 학생숙소는 우리나라의 기숙사 형태와 유사해요. 수용인원은 숙소마다 다르겠지만 약 20~50명이 함께 생활합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학생들이 입소할 수 있고, 개인별로 1인실이 제공됩니다. 화장실은 층별로 소규모 인원이 함께 공유하고, 거실, 주방, 세탁실, 창고 등의 공용공간이 있어요.
아파트 쉐어는 주로 1명이 집 전체 또는 한 집을 계약하고 그 사람이 쉐어할 사람을 구하는 형태에요. 그래서 3~4명이 주로 함께 생활합니다.
계약형태
숙소 계약형태는 Tenant와 Sublet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Tenant는 말 그대로 본인이 그 방의 세입자가 되는 거에요. 반면, Sublet은 원래 세입자가 개인사정으로 일정기간 방을 비워서 그 기간동안만 제3자에게 그 방을 재임대하는거에요. 방을 비우는 동안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타인에게 방을 임대하는거죠.
숙소 구하는 방법
사실 스위스 현지에서 직접 방을 둘러보고 계약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럼 임시숙소 거주비도 나가고 계속 거주가 불안정한 상태로 있어야 해서 스트레스가 크죠. 그래서 숙소는 한국에서 알아보고 계약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직접 방을 확인하지 못하는 리스크는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해요.
다행히 취리히 대학교에서 집을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는 제공해줬어요.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사이트를 확인하지는 않았고 3개 사이트만 확인했어요.
@ 취리히대학교 홈페이지 |
WOKO
입학이 결정된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일텐데요. 저도 매일 틈날 때마다 새로고침하며 들여다봤어요. 약 73개의 건물에 속한 4,000개의 방을 가지고 있는 곳이에요. 홈페이지도 깔끔해 보기가 좋고 매물도 자주 올라오는 편이라 괜히 신뢰가 가더라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숙소는 나이 제한이 있어요. 30대인 저에게는 이 점이 정말 치명적이고 절망적이었는데요. 집 구하면서 스위스가 이렇게 나이로 사람을 차별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심지어 연령 제한이 만 나이로 27세 또는 28세입니다.
Tenant를 구하는 공고는 대부분 나이 제한이 있었어요. 아주 가끔 나이 제한이 없는 공고도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 공고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저는 수시로 사이트를 방문했어요.
야속한 나이 제한 문구 |
반면, Sublet을 구하는 공고는 나이 제한이 없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기존 세입자가 연령제한을 만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추측합니다. Sublet은 기한을 잘 보셔야해요. 저는 숙소를 구하지 못했을 경우 차선책으로 Sublet을 생각했었는데요. 에어비앤비나 다른 숙소보다 저렴하고 가구가 모두 갖춰져있기 때문이었어요. 학생숙소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구요.
ETH Wohnen
여기는 ETH, UZH 재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가입할 때 입학증명서를 제출해야 가입이 승인이 되고 3개월 간 유효해요. 이 곳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조건을 설정해두면 메일로 알림이 온다는 점이에요. 저는 700프랑 이하로 조건을 설정해두었고, 해당하는 매물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매물이 자주 올라오는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Tenant, Sublet 공고 모두 올라오고, 공고들이 아파트 쉐어 위주입니다.
여기서는 상세 조건을 잘 확인해야 해요. 집마다 선호하는 성별이나 언어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집은 아예 NO ENGLISH를 내세운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구가 있는지 여부도 잘 체크해야 합니다. 학생숙소와 달리 아파트는 가구가 하나도 없는 빈 방인 경우도 많아요.
Saint Justin
위 두 곳이 여러 학생숙소나 아파트의 공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 사이트는 한 학생숙소 그 자체의 홈페이지에요. 이 곳은 취리히 대학교 진학 중이신 다른 분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 분의 후기도 좋고 시설도 깨끗해 보여서 눈여겨봤어요. 불행히도 이 곳도 28세, 나이제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30대인 제가 이 곳의 오퍼를 받았어요! 자세한 썰은 마지막에 풀겠습니다.
숙소 구하는 시기
저는 입학이 확정된 10월부터 계속 숙소를 알아보고 있었는데요. 굳이 이 때부터 자주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봄학기의 경우 2월 중순에 학기가 시작하는데, 2월부터 입주가능한 공고는 12월 중순부터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미리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11월말부터 천천히 공고들을 확인하는걸 추천합니다!
숙소 구하는 기준
취리히는 숙소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아서 집 값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돈만 넉넉히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죠. 하지만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저에게 집값은 너무나 큰 고정비였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집을 구하고 싶었어요. 또한 정착 초반이라 안전하고 보안이 잘 되어있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다음의 기준을 설정하고 숙소를 알아봤습니다.
- 학생숙소일 것
- 월세는 700CHF(한화 약 113만원)을 넘지 않을 것
- 가구가 모두 있을 것
학생숙소의 경우 500~600CHF인 곳도 많아서 예산 범위는 만족했지만, 나이 제한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숙소는 필터링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600CHF대 금액인데도 가구가 없는 곳이 많았어요.
학생숙소를 특히 선호했던 이유는 4가지가 있어요.
첫째, 매니저가 숙소에 상주해요. 우편을 대신 받아줄 수도 있고,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신속히 처리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둘째, full-furnished 방이 제공됩니다. 가서 침대, 서랍 같은 큰 가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어서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초기 정착 시 훨씬 편할 것 같았어요.
셋째, housekeeping과 bedding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점도 정말 큰 장점이었어요. 이불을 제공해준다니요! 유학 짐을 덜 수 있겠다 싶었어요.
넷째,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합니다. 20대 학생들을 타겟으로 제공되는 숙소여서 방의 퀄리티 대비 가격이 저렴해요. 월세가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가격 때문에라도 학생숙소에 꼭 가고 싶었어요.
내가 숙소를 구한 방법
제가 구한 숙소는 Saint Justin의 view 타입, 월 790CHF의 방이에요. 이 방을 오퍼 받기까지 여러 번의 거절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숙소는 학기별로 정해진 기간에 신청을 받고 내부 심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방을 제안해요. 그 제안을 수락하면 계약 단계로 넘어갑니다.
- 봄학기 신청기간: 11월 15일 ~ 12월 15일
- 가을학기 신청기간: 4월 15일 ~ 5월 15일
첫번째 거절
저는 처음에는 이 기간을 확인 못하고 Apply Request Form을 작성해서 제출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나이 때문에 안 된다는 칼답장을 받았습니다. 'Bachelor and Master students must not be older than 28 years.'라면서요. 나이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 암담하더라구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생숙소가 나이 제한 규정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봄학기 신청기간에 다시 지원서를 제출했어요. 그리고는 다른 학생숙소들도 계속 공고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2월 13일쯤 Saint Justin에 다짜고짜 저를 어필하는 메일을 보냈어요. '나는 기숙사 생활 경험이 많아서 공동생활의 규칙을 잘 알고 있으며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다. 또한 그 숙소에 대한 좋은 후기를 봐서 정말 꼭 그 숙소에 들어가고 싶다. 제발 기회를 달라.' 라는 내용으로 장문의 메일을 작성했어요.
두번째 거절
그랬더니 불행히도 모든 방 배정이 끝났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두번째 거절이었어요. 하지만 숙소 측에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언제까지 Saint Justin만 붙잡고 있을수는 없기에 미련이라도 버리려고 다시 한 번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 방 배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언제까지 확답을 주는지를 물어봤어요. 그래야 저에게 언제쯤 기회가 올지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숙소 구하기 끝!
그런데! 답변으로 온 메일은 저에게 예외적으로 view 타입의 방을 오퍼한다는 것이었어요. 정말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월세는 제가 생각한 범위를 초과하긴 했지만 view가 좋은 방이었고, 관리자가 상주하는 학생숙소였기 때문에 더 고민도 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어요. 사실 이 지난한 숙소 탐색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더 기다린다고 좋은 숙소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구요. 나이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저를 받아준 숙소가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퍼 받은 메일 |
다만,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계약을 연장한다면 동일한 방이라도 월세는 높아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어요. 스위스에서 30대 학생은 참 서럽습니다.
숙소 구할 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자신을 어필하는 메일 내용을 미리 작성해두세요. 이건 학교에서도 권장한 방법인데요. 매물 공고에도 보면 '자신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어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보니 한 숙소를 두고 여러 사람이 지원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숙소 주인, 플랫메이트들이 화상으로 미팅(이라고는 하지만 면접)을 요청하기도 해요. 자기소개는 인터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을 더 높이기도 하고, 인터뷰에서 자신을 잘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해두시는 걸 강력추천드려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유학생 분들, 원하는 숙소 저렴하게 잘 구하실 수 있길, 행운도 가득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