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Dukascopy의 늦은 일처리로 인해 학생비자를 발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혹시나 Dukascopy를 이용해 재정증명서를 발급받으실 분들은 절대 '이체한도 상향'을 먼저 하지마시고 송금부터 진행하세요! Dukascopy의 일처리 관련해서는 아래 포스팅에 자세히 적어뒀어요.
취리히 대학교 스위스 학생비자 신청(5) 무비자 입국 가능성
결국, 무비자로 출국
무튼, 저는 결국 무비자로 출국을 했습니다. 항공사는 핀에어를 이용했고 헬싱키를 경유해 취리히로 입국했어요. 헬싱키 공항이 입국심사가 까다롭다고 해서 많이 긴장 했습니다. 헬싱키 공항 내리기 전에는 예상 답변을 미리 연습해보기도 했어요. 핀에어 탑승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 참고해주세요!
헬싱키 공항에서의 입국심사
입국심사대로 향하는데 더 긴장이 되었던 2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이미 베트남 사람으로 추정되는 분이 한참동안 입국심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두번째는 제 담당 심사관이 정말 무서운 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입국심사대에서 나눈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아요.
- 심사관: 어디에 가나?
- 나: 취리히에 간다.
- 심사관: 왜 가나?
- 나: 석사 공부하러 간다.
- 심사관: residence permit 있나?
- 나: 현재 학생비자가 처리 중에 있다. 학생비자가 나오는대로 비자를 받고 residence permit도 신청할 예정이다.
- 심사관: (여권을 뒤적뒤적) 얼마나 머무르나?
- 나: 3년 예정이다.
- 심사관: 학교에서 받은 Attestation 보여달라.
- 나: (보여줌)
- 심사관: (여권에 도장 찍어줌)
- 나: 고맙다. Bye.
서류 보여줄 걸 대비해서 준비는 다 해갔지만 그래도 정말 떨렸어요. 저의 입국심사가 끝날 때까지 제 옆 라인에 있던 베트남 분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거주허가를 위한 준비
무비자로는 90일만 체류할 수 있기도 하고, 비자가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싫어서 하루라도 빨리 거주허가를 받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2월 6일) 거주등록도 하고 거주허가를 위한 예약(2월 21일)도 잡아놨습니다.
거주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재정증명서를 요구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Post Finance에 가서 스위스 계좌도 개설하고(그 놈의 FINMA 리스트에 있는 은행에서 드디어 계좌 개설!!!) 21,000프랑도 송금해 재정증명서도 발급받았어요.
이민청에서 온 편지
저는 2월 21일에 생체정보 등록을 위해 이민청에 예약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전 날, 20일에 이민청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우편을 받았습니다. 바로 저의 거주등록을 거절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번역기와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겨우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위스 취리히에 장기체류를 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명시된 비자를 가지고 입국해야 한다.
- 너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입국을 했다.
- 너는 학교 등록증명서와 재정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민청에서 거주를 허가할 근거가 없다.
- 따라서 거주등록을 기각한다.
- 그러므로 너는 90일 동안만 스위스에 체류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스위스에서 나가야 한다.
번역기가 '추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정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거주등록이 거절될거라고는 생각도 안했거든요. 저는 재정증명서는 FINMA에 등록된 은행의 느린 일처리로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2월 10일까지 입국해야 등록금 고지서를 보내준다고 해서 먼저 스위스로 출국해버린 거였어요. (그러니 당연히 학생비자 신청시점에는 등록증명서가 있을리가 없죠.... 대신 입학허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입학처에 이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먼저 물어봤습니다. 학교 입학처에서 온 답변은 정말 차갑더군요.
- 우리는 사전에 비자 관련 사항을 강조했다. 비자 관련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다.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
- 등록을 철회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겠다. 어쩌구 저쩌구.
학생을 잡으려고 노력하기 커녕 등록 철회 안내를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줄건 뭐랍니까. 비자 문제 관련해서는 학교가 하나도 도움된 것이 없어요.
그래서 이민청에 저의 상황을 설명하고, 등록증명서와 재정증명서가 준비되어 언제든 제출할 수 있다. 거주허가를 다시 검토해줄 수 있나, 스위스에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달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두었습니다.
이민청 생체정보 등록
2월 21일, 생체정보 등록을 하러 이민청에 갔는데요. 거주등록 기각 통보를 받은터라 생체정보 등록이 될지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별 문제없이 생체정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생체정보 등록은 얼굴 사진 찍고, 양손 검지 지문 찍고, 서명하면 끝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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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이민청 |
생체정보 등록 후에 카운터에 서류들을 제출하러 갔습니다. 거주 등록 기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제가 제출한 서류를 잘 받아줬어요. 제가 그럼 이제 거주허가에 문제가 없는거냐 확인차 물어봤더니 그건 현재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애매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일단 저는 제출하라는 서류는 다 제출했기 때문에 이민청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이왕이면 90일 내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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