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등록을 마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계좌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학생비자를 받지 못한 이유가 FINMA 리스트에 있는 은행에서 재정증명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인지 스위스 통장을 빨리 열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이민청에서 거주허가를 위한 심사를 할 때도 재정증명서를 요구할 것 같아 빨리 해치우고 싶었어요.
Post Finance에서 스위스 계좌 개설
제가 방문한 은행은 Oerlikon역 근처에 있는 Post Finance였습니다. 큰 기차역 주변에는 은행지점이 있는 편입니다. UBS라는 유명한 은행도 있지만 Post Finance가 계좌유지비가 좀 더 싸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숙소에서도 이 은행을 쓰고 있길래 익숙해서 큰 고민없이 갔어요.
은행의 첫 인상은 '까페같다' 였어요. 밝은 조명에 카운터가 일렬로 나란히 늘어져있는 우리나라 은행과 달리 아늑한 분위기에 듬성듬성 불규칙하게 놓인 데스크에서 직원분들이 업무를 보시더라고요. 번호표를 뽑는 시스템은 아니었고, 로비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직원분이 무슨 일로 왔냐며 데스트로 안내해줬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마법의 서류인 Meldebestatigung을 받았죠. 이 서류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아님)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는 여권 뿐만 아니라 Meldebbestatigung 또는 거주허가증이 필요해요. 이 2가지를 제출하면 직원분이 알아서 척척 계좌를 개설해줍니다.
Post Finance의 경우 만 30세 이하는 계좌 유지비가 무료에요. 하지만 저는 30세 이상이기 때문에 매달 5프랑의 계좌 유지비를 내야 합니다. 검색해보니 UBS의 경우 계좌 유지비가 매달 8프랑이지만 처음 6개월은 무료, 그 이후에 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기간이 연장된다고 하네요. 정말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스위스입니다.
계좌 개설이 완료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통장이 아닌 서류뭉치입니다. 그 서류에 소중한 계좌번호도 적혀있어요. 나머지 서류는 온통 독일어라 이해할 순 없지만 약관같은 것이겠지요... 이 때부터 계좌는 바로 활성화되어서 돈을 예치할 수 있어요.
다만,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와 인터넷 뱅킹 등록방법은 우편으로 발송됩니다.(우편을 참 사랑하는 스위스!) 체크카드가 도착하면 한국은행에 있는 자금을 스위스 계좌로 옮기고 재정증명서를 발급받을 예정이에요.
송금하는 방법
아직 인터넷 뱅킹은 불가능한 상태지만, 학교 등록금을 내야할 일이 생겼어요. 참고로 현금을 송금할 때는 Post Finance가 아닌 우체국(Die Post)로 가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이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위스의 몇몇 기관들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실내가 예뻐요. 우체국도 그냥 일반 상점 같더라고요. 우체국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찍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트래블로그 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을 먼저 인출한 뒤 송금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체국에 가서 아무리 찾아봐도 ATM기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데스크에 가서 직원분께 물어봤더니 카드결제하듯 송금이 가능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공과급 납부는 카드 결제로 가능한데 전 왜 생각을 못했을까요?
스위스에서는 요금이나 비용을 납부할 일이 있으면 QR코드가 찍힌 invoice를 보내줍니다. 우편으로 받은 invoice든 파일로 보유한 invoice든 꼭 챙겨서 가세요. QR코드 찍고 카드 결제 하면 간단히 거래가 완료됩니다.
다음주에 Post Finance로 부터 우편물을 받으면 인터넷 뱅킹 등록하고 사용하는 방법도 업데이트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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