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보이스피싱 당할 뻔 했습니다. 스위스에도 보이스피싱 수법은 한국과 다를게 없더라고요. 자세한 내막을 얘기해볼게요.
저는 여느 때처럼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전화가 갑자기 울리는 겁니다. 사실 한국에서 오는 전화말고는 전화 올 일이 없는데 스위스에서 전화가 왔길래 깜짝 놀랐죠. 무시하려다가 이민청에서 온 전화일까 싶어서 전화를 받았어요. 현재 이민청에서 거주허가 절차가 진행중인데 관련 전화인가 싶어서 받았죠.
그런데 자동응답 음성이 들리더니 폴리스 어쩌구저쩌구 하는거에요. 그리고는 1번을 누르라길래 일단 눌렀습니다. 사실 1번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건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는데 그 때는 무슨 일인가 싶어 눌러봤죠. 그랬더니 사람이랑 연결이 되더라고요.
근데 어느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악센트가 굉장히 강한 영어여서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이 때까지도 수상하다고 생각 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제 개인정보가 베른에서 범죄와 연관되어 사용되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 조사하고 있다고요.
사실 이 레파토리는 한국에서 뻔한 보이스피싱 수법이잖아요.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아직도 우편을 중요시하는 곳이니까 전화로 수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계속 들어보고 있었죠. 처음에는 이름과 생일을 물어보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나한테 전화한 사람이 내 이름도 모르고 전화했겠냐 싶은데, 당시에는 당황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차가 있냐, 호텔에 묵은 적이 있냐 이런걸 물어보는데, 제가 모든 질문에서 못 알아들어서 엄청 오래 걸렸거든요. 호텔도 발음을 '오테르' 이런 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알아듣냐구요! 마지막은 무슨 페이퍼 어쩌구라고 했는데 제가 그걸 끝까지 못 알아 들었어요. 그러더니 상대방이 한숨을 푹푹 내쉬더라고요.
저도 이쯤 되니 보이스피싱이구나 싶은 생각이 슬슬 들었어요. 그리고는 계속 못 알아 듣는 척 하면서 독일어 잘하는 사람 바꿔줄테니 잠깐 기다려라 했더니 절대 안 된대요. 여기서 보이스피싱이구나 확신했죠. 그러면서 계속 못알아 들었더니 결국은 포기하고 끊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숙소 관리자한테 이런 전화가 왔었다 얘기했더니 100% 스팸이라고, 무시하라고 하더라고요. 스위스에서는 경찰이 수사할 일이 생기면 집에 방문하거나 학생 숙소의 경우 관리자에게 먼저 연락이 갈 거라고 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든 생각은 다음 3가지였습니다.
- 스위스도 보이스피싱 수법은 뻔하구나
- 스위스에 온지 이제 20일 되었는데, 벌써 내 정보가 털렸구나
- 뻔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당할뻔 하다니! 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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