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잘 못하지만 수영을 정말 사랑하는 물좋아 인간으로서, 스위스에 올 때 각종 수영용품, 스노클링 용품들을 잔뜩 챙겨왔어요.
이전에 스위스 직장인들에 강물에 둥둥 떠서 수영하며 퇴근하는 모습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죠. 저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여름에 스위스의 강가나 호수에서 야외수영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래서 수영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요. 다행히 학교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포츠 강습 중 수영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등록해서 강습에 다녀왔답니다. 자세한 후기를 공유해볼게요.
한국과 다른 스위스 수영장 문화
처음에 유럽 수영장은 한국 수영장과 구조나 문화가 다르다는 말을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특히 탈의실은 밖에서도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샤워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최대한 많이 알고 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검색도 정말 많이 하고 주변에 수영 다녀본 친구에게도 물어봤답니다.
한국의 수영장과 비교하자면 이런 점들이 달라요.
한국 수영장
- 탈의실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되어 있고 여기서 모든 옷을 벗어 라커에 보관한다.
- 샤워실은 맨 몸으로 입장해 샴푸로 머리를 감고(필수!) 비누샤워(필수!)를 한 후 수영복을 입는다.
- 수모와 수경은 필수다
- 수영을 마친 후에도 수영장의 염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비누샤워를 박박 한다.
- 여러 개의 탈의실이 있었는데, 탈의실 간 통로가 외부에서 보인다.(문화충격!)
- 탈의실에서 입고온 옷을 벗고 바로 수영복을 갈아입는다.
- 수영복을 입은 채로 샤워실에 가서 물샤워만 간단히 한다.
- 수영복은 비키니를 입어도 된다.
- 수모와 수경은 선택사항이다.
- 수영을 마친 후 비누샤워, 물샤워 모두 가능하나 대부분 물샤워만 하고 후다닥 나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비누샤워를 안하는 것 자체가 상상이 잘 안 갔어요. 하지만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죠. 현지인들처럼 물샤워를 하고 수영장에 가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더라고요?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샤워장은 한국 수영장의 샤워장과 마찬가지로 칸막이가 따로 없고 샤워기만 벽에 붙여있는 구조였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방적인 곳에서 알몸으로 샤워를 하는게 꺼려지는 일이기도 하고 비누샤워는 시간이 샤워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잘 안하는가보다 했어요.
Bad Bungertwies 수영장
제가 간 곳은 취리히의 Bad Bungertwies 수영장이었어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가봤습니다.
저는 ASVZ라는 학교 서비스를 통해 이용한 거라 강습료가 무료였어요.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면 성인의 경우 8프랑을 내야합니다. 운영시간은 아래와 같아요.
수영장은 25m레인 4개 규모로 크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 듯 했어요. 그리고 수영장 중간부터 물이 엄청 깊어집니다.
강습 방식
저는 수영을 한국에서 배웠고 모든 영법을 조금씩은 할 수 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초급자+중급자 과정을 신청했습니다. 강습에 대한 설명에는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평영, 배영, 크롤 수영의 기본을 배우실 수 있으며, 평영과 배영으로 150m를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안 됩니다!"
1시간 15분동안 수업이 진행됩니다. 1시간 1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죠....
강습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어요.
- 처음 10분은 원하는 영법으로 자유롭게 몸풀기
- 평영 → 배영 → 자유형 순으로 100m 이상씩 돌기
- 그다음 영법별로 세부적인 연습 시작
- 평영: 긴 부이 끼고 다리 연습, 풀부이 끼고 팔 연습
- 배영: 팔은 차렷 자세하고 평영 발차기 연습
- 자유형: 한팔 자유형 연습
개인의 수영능력에 따라 fast lane, slow lane 2개의 레인으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slow lane에 있었어요. 한국 수영장은 한 바퀴 돌고오면 다른 사람 기다리느라 서서 휴식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 수업은 그런게 전혀 없었어요. 사람들이 도착하면 바로바로 출발해서 대기시간 따위 없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섭더라고요. 특히 저는 다리에 풀부이를 끼고 팔 연습할 때 잘 뒤집어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발이 안 닿는 지점부터는 앞으로 못 가겠더라고요. 중간까지만 갔다가 슬쩍 되돌아오려고 하는데, 그걸 본 강사님이
"Go Go Go, YOU CAN DO IT!!!!!! YOU CAN NOT COME BACK THERE!!!!" 이라며 절 따라다니면서 소리치시는거에요. 거의 울면서 "Okay okay I can do it... I will try" 하며 꾸역 꾸역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1시간 15분동안 깊은 물에서 다 해내긴 했어요. 대신 물도 많이 마시고 많이 허우적거렸지만요.
너무너무 힘든 첫 강습이었지만 역시나 몸과 마음이 너무 개운했어요. 강물과 호수는 훨씬 더 깊을텐데 이래서 되려나 걱정되 되면서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SVZ를 통해 무료로 강습을 받는 것은 너무너무 좋지만 강습에 대한 경쟁률이 높아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선착순이던 신청방식이 추첨방식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추첨 신청을 하고 떨어지면 그 주는 수영 못가는 거에요. 제 레벨에 맞는 수영강습이 더 많아지길, 저의 추첨 운이 좋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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